본문 바로가기

생각

우연한 범죄를 통해서 알게된 진실 (남편의 일기)

반응형

얼마전 우연히 남편의 일기장을 보게 됐다.

진짜 고의는 아니였다.

남편이랑은 연애시절 잠깐 교환일기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의 교환일기인 줄 알고 봤는데…

아니었다.

그래서 보면 안 되는데 안되는데…하면서도

저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를 저질렀다.

7-8년 전이니 나랑 연애시절 때부터 적은 일기였다.

일기를 보면서 내가 남편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을 했다.

과묵하고 표현에 서툰 사람이라서

기대를 안 하고 읽었는데

일기 속의 그는 내가 아는 사람과 너무 달랐다.

내가 생각하던 그때의 남편은

그냥 큰 고민과 걱정 없이

부모님의 힘으로 쉽게 쉽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일기장 속에는

20대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

갇 맞이한 30대에 대한 고민과 부담감

회사 생활에서 겪는 여러 가지 고충들

여자친구와의 미래에 대한 계획과 꿈 등등으로

너무나 많은 생각들로 꽉 차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그냥

가벼운 불평이나 대책 없는 후회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본인의 꿈을 향한 멋진 계획들로 가득 차있었다.

갑자기 울컥하면서 눈물이 났다.

일기장 속의 그는 내가 생각했던 사람과 너무 달랐다.

어쩜 10년 가까이 옆에서 지켜보면서 지냈었는데

나는 왜 그와 이런 것들을 같이 공유하고

힘이 돼주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파졌다.

한편으로는 그런 남편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했다.

나는 내가 존경할 수 있는 남자랑 결혼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보니

존경심보다는 어쩌면 항상 남편을 친구처럼

가끔은 어린애 취급을 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런데 일기 속의 그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었다.

어린애가 아니라 존경심을 일으키는 너무나 멋진 어른이었다.

남편의 글 솜씨에도 깜짝 놀랐다.

나는 남편이 워낙 과묵하고 말주변이 없으니

당연히 글도 못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기 한편 한 편이 모두 하나의 작품이었다.

나는 남편은 책을 안 읽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때의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하여

짬짬이 책을 읽고 자기계발을 하고 있었다.

일기 속에서 그의 그런 노력한 흔적들을 보는데

자꾸만 옆에서 채찍질만 해댔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일기에는 우리의 연애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그때의 나는 정말 막무가내였던 것 같다.

어쩌면 남편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배려에

나는 나쁜 습관이 들어버렸던 것 같다.

하지만 일기장 속의 남편은 그런 부족한 여자친구한테도

어떤한 불평도 없이 이쁘게만 포옹해 줬다.

너무나 고마웠다.

나는 글 잘 쓰는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

그래서 블로그에서도 멋진 글을 쓰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부럽고 멋져보인다

그런데 남편의 일기장에서 나는 그런 멋짐을 보았다.

요즘 블로그를 하면서 40 대 50대 60대 분들의 글을 보느라 면 너무 좋다.

그분들의 감성과 경험들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오늘은 남편의 일기장을 보면서 나도 그런 상상을 해본다.

머지않는 미래에 파이어족이 된 우리 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독서를 하고 글을 쓰면서 이쁘게 늙어가는 모습을.

 

반응형